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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9년전 2013년 중앙 서울마라톤 대회 42.195km 나의 마라톤 완주 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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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9년전 2013년 중앙 서울마라톤 대회 42.195km 나의 마라톤 완주 후기

에드워드 정 2022. 4. 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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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 2013년 11월 3일 일요일 중앙 서울 국제마라톤 대회 42.195km를 완주한 마라톤 풀코스 완주기이다. 2013년 10월 30일부터 대회 당일인 11월 3일까지 4일간의 준비 과정과 총 9구간으로 나누어 매 5km 통과할 때마다 뛰면서 느꼈던 생생한 리얼 후기이다. 평소 달리기나 마라톤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한다.

 

마라톤 대회 4일전(10월 30일)

목이 따끔거리는 것이 침 삼키는 게 꽤나 신경 쓰이고 거북스러운 느낌이다. '혹시 감기? 이런 낭패가!' 시합 며칠 전에 컨디션 조절을 실패하면 대회 당일 날 마라톤 완주 기록이 안 좋을 건 뻔한데 이거 큰 일 났다 싶었다. 연습 기간 내내 좋은 컨디션으로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는데 매우 당황스럽다. 어떻게 하지? 우선 직장 근처에 있는 가까운 약국에 가서 감기 약을 사 먹었다. 마라톤 대회가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눈앞이 깜깜하다. 시합 초반에 호흡이 터져야 수월한 레이스를 펼쳐서 그동안 힘들게 연습했던 노력의 보상을 받을 텐데 정말 난감하기 짝이 없다. 감기약이라도 우선 먹고 최대한 몸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마라톤 대회 3일전(10월 31일)

감기 증상이 왔으니 잠을 충분히 자면서 몸을 추슬러줘야 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목 상태를 점검해보니 아주 심한 건 아니지만 호흡하는 게 영 찜찜했다. 확실하게 나아야 한다는 생각에 직장에 출근하자마자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진찰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처방된 약 빼먹지 말고 먹고 무조건 물을 자주 많이 마시라고 신신당부를 해주신다.

 

마라톤 대회 2일전(11월 1일)

호흡트기를 오늘은 해줘야 하는데 감기 때문에 목에 더 무리가 올까 봐 달리기 훈련을 취소했다.

대회 당일 최소 이틀 전에는 호흡트기를 해줘야 한다. 그 이유는 대회 당일 날 출발 총성과 함께 원활한 호흡을 통해 초반 5킬로미터를 순조롭게 달리기를 위함이고 초반 5킬로미터가 나머지 37킬로미터를 완주하는데 매우 중요한 구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호흡트기란 달리는 기차 소리를 내는 것처럼 코로 내쉬는 것은 칙칙, 들이마시는 것은 폭폭으로해서 달리는 자세가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게끔 그리고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올려야 불가피함이 발생하더라도 정상적인 호흡이 빠르게 돌아올 수 있게끔 해주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보통은 시합 전에 동적인 워밍업과 함께 짧은 거리를 빠르게 달려줌으로써 헉헉 소리가 나올 정도면 충분하다.

 

마라톤 대회 1일전(11월 2일)

대회 전날이라 가볍게 3~4km 정도 조깅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비가 내리며 날씨마저 안 도와준다. 그냥 몸이라도 풀 겸 집에서 실내 자전거 타기로 대체해서 몸을 데워줬다. 대회 하루 전날이지만 내일 마라톤 대회에 대한 초조감은 없고 3개월간 잘 진행되어왔던 훈련의 마무리가 계획대로 안된다는 것 때문에 마음이 편치가 않다. 오후엔 떡집에 들러 내일 새벽에 먹을 찹쌀떡과 인절미를 하나씩 사 가지고 와서 낮잠을 한 숨 자 주었다.

 

2013 중앙 서울국제마라톤대회 당일(2013년 11월 3일, 일요일)

새벽 3시 55분 핸드폰 알람 소리에 몸을 뒤척이며 부스스 일어난다. 결전의 날이 드디어 왔다.

먼저 화장실에 가서 대변을 한번 시원하게 해 주고 따뜻한 물로 몸도 풀 겸 온수 샤워를 한다. 목 상태와 몸 컨디션을 확인하니 오늘 42.195km를 완주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양호해서 안도의 한 숨을 쉰다. 이틀간 엄청나게 많이 마신 물과 꿀 물이 감기 치료에 좋은 역할을 해준 것 같다. 다행이다 싶었다. 인절미와 찹쌀떡을 조금씩 먹고 에너지 젤과 에너지 바도 2개를 꼭꼭 씹어서 몸에 가득 에너지를 채워 넣어주었다. 생수통에 젖산이 쌓이지 않게 해주는 달리기용 보조제 2스푼을 타서 백팩에 넣어주고 새벽 5시 30분경에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지하철에서 환승을 하니 익숙한 옷차림을 한 달림이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대회 출발지인 지하철 잠실종합운동장역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서 다시 한번 대변을 해주고 마라톤 물품 보관소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마라톤 유니폼은 집에서 트레이닝복 안에 입고 왔기 때문에 탈의실로 가지 않고 종합운동장 쪽으로 가서 트레이닝 복을 벗고 다리를 중심으로 준비해온 파스를 골고루 발라준다. 피로가 쌓이지 않게 해주는 보조제를 넣은 생수를 조금씩 마시다 보니 어느덧 참가자 집결 시간이 다 되어간다. 물품보관소에 가방을 맡긴 후 에너지 젤을 1개 짜서 먹고 마라톤 출발선에 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후미진 곳에 가서 생수통에 오줌을 한 번 더 누어주고 출발 집결지로 서서히 달려간다.

 

42.195km 레이스

 

0~5km (25분 2초 통과)

엘리트 선수들이 오전 8시 정각에 출발하고 8시 7분쯤 내가 속한 B그룹이 출발한다. 오늘 레이스 목표는 후반에 퍼지더라도 3시간 30분(330) 페이스 메이커를 내 시야에서 놓치지 말고 끈질기게 쫓아가자고 마음을 먹는다. 다시 한번 몸 이곳저곳의 상태와 목 상태를 확인하니 무리 없이 달릴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한번 해보자라고 굳게 마음다짐을 하며 서서히 잠실 학생체육관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첫 5km를 통과하는데 지금의 달리는 속도가 부담스러운 페이스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지금 이 페이스대로 잠실 종합운동장 400m 트랙을 돌아 골인지점을 통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손목시계의 랩타임을 확인하며 첫 5km 지점을 막 스쳐 지나간다.

 

5~10km (24분 46초, 누적 49분 48초)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을 출발해서 5km 지점인 강동구청 역을 지나 천호역을 끼고 오른쪽으로 턴을 하니 길게 달리는 마라톤 참가들의 형형색색의 행렬이 장관을 이루는 게 내 시야에 들어온다. 힘내라고 응원의  박수를 쳐 주시는 시민들이 계신가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나긴 마라톤 참가자들 때문에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해 노심초사하며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들 그리고 교통 통제를 하시는 경찰관 분들과 고성이 오가며 실랑이를 벌이는 운전하시는 분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괜히 달리면서도 교통통제 때문에 시민분들께 피해를 드리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 아직까지는 초반이라 그런지 호흡도 괜찮고 페이스도 5km에 25분 이내로 달리는 데에는 큰 부담이 없는 것 같다. 10킬로미터 랩타임을 확인해보니 49분 48초로 통과한다.

 

10~15km (24분 35초)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쪽을 향해 달리면서 늘 차로 다니는 길이라 익숙해서 그런지 조금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곧 수서역을 지나가게 되는데 커브를 돌면서 내리막길이라 오버페이스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한다. 아직은 초반이기 때문이다. 수서역 주변에 다다르니 많은 응원 인파와 달리기 동호회의 북소리 응원이 신나게 어우러지고 있다. 약간의 기운을 받고 20km 지점을 향해 달려간다.

 

15~20km (24분 41초, 누적 1시간 39분 4초)

15~20km 사이의 구간은 두 개의 오르막이 있는데 첫 번째가 세곡동 사거리, 두 번째 오르막이 서울 공항 쪽 언덕길이 있다. 이 두 곳의 오르막 길은 갈 때보다는 반환점을 돌아서 올 때가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구간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편 쪽 도로에 엘리트 부문의 아프리카 선수 2명이 선두 유도 차량의 보호를 받으며 나란히 1, 2위로 골인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어서 아프리카권 선수들의 무리와 간간히 한국 선수들, 여자부 선두권과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마스터즈 선두 선수들이 함께 어우러져 달려가고 있다. 도로에 마라톤화 마찰음이 울려 퍼지는 게 참 잘도 달린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20km 통과 표지판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해서 장갑 손등에 넣어두었던 마라톤 전용 에너지 젤을 꺼내어 첫 개봉을 하면서 한 입 빨아먹고 이후 천천히 조금씩 에너지 보충을 하면서 달려준다. 20km 통과 기록은 1시간 39분 4초로 랩타임이 잡혀서 만족스럽다.

 

20~25km (24분 50초)

예전에 중앙 서울마라톤대회 참가 전 달리기 연습량이 모자랐을 때 피로감을 크게 느꼈던 구간이 바로 이 구간인데 오늘은 25km 반환 지점까지 생각 외로 지루하지 않고 힘들지 않게 이번에는 통과한 것 같다. 2012년 작년 대회에서 이 구간을 뛸 때 330 페이스 메이커를 중심으로 한 무리의 달림 이들이 반대편 도로를 뛰는 모습을 보고 정말 부러워했었는데 나도 3시간 30분 페이스의 달림 이분들과 지금 이렇게 당당하게 달리고 있으니 마음 한편에 기분 좋은 뿌듯함이 살짝 들었다.

 

25~30km (26분 21초, 누적 2시간 30분 15초)

25km 반환 지점을 돌면서 두 번째 에너지 젤을 개봉한다. 급수대에서 물로 목을 축여주고 조금만 더 가면 30km 지점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잘만하면 목표 기록인 3시간 30분 이내로 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희망도 잠시 28km 지나면서 다리에 묵직한 느낌이 오며 목표 기록에 실패할 수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살짝 스쳐 지나간다. 페이스 조절을 잘못했나 생각에 달리는 페이스를 조금 늦춰준다.

 

30~35km (25분 28초)

페이스를 조금 늦춘 사이에 330 페이스 메이커는 내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330 페이스 메이커 분이 달고 뛰는 풍선조차 아예 안 보인다. 옆에서 같은 페이스로 뛰던 타 지역 마라톤 동호회 여성 달림이 한 분이 쭉 치고 나가시는 게 보인다. 알고 보니 여성 달림이 분이 속도를 내어서 앞질러 나가신 게 아니라 내 페이스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건데 착시 현상을 일으킨 것 같다. 절망적인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호흡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몸 가는 대로 달려보기로 마음을 바꿔본다.

 

35~40km (28분 9초, 누적 3시간 24분 52초)

마지막 에너지 젤을 개봉하고 조금씩 젤을 입에 머금고 달리는데 갑자기 호흡이 힘겨워지기 시작하면서 나아가지 질 않던 다리가 더 무뎌지기 시작한다. 호흡도 문제지만 미세한 심장 통증도 감지되어 덜컥 겁이 난다. 달리는 페이스는 더 늦춰졌지만 길가에 누워서 응급 처치를 받고 계시는 달림이 분을 보니 더욱 몸과 마음이 위축되고 움츠려진다. 마라톤 전용 손목시계를 보니 오늘 목표했던 완주 기록과는 8분여 차이가 나서 3시간 35분대라도 달성해보려고 할 수 있는 최대한 달리기에 집중해본다. 역시나 마의 구간 40km는 40km라는 생각이 절로든다.

 

40~42.195km (13분 23초, 완주 기록 3시간 38분 15초)

마의 구간인 40km 지점을 통과하자 이제 골인 지점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없던 기운은 나지만 현저하게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거의 슬로 조깅 형태로 뛴다. 그래도 걷지 않고 느린 속도지만 계속 골인 지점까지 달리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짜내어본다. 서울 잠실 종합운장 메인 스타디움에 들어서자 어떤 포즈로 골인을 할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오른쪽 다리 햄스트링 쪽에 경련이 일어나는 고통 때문에 멋진 포즈는커녕 다리를 절뚝거리며 결승 라인을 통과한다. 최종 공식 완주 기록은 3시간 38분 15초가 나왔다.

 

완주 후 소감

2013년 3월 동아마라톤에서 42.195km를 완주는 했지만 겨울 내내 연습이 부실했던 탓에 형편없는 기록이 나왔었다. 이에 자극을 받아 4월부터 10월까지 11월 중앙 서울마라톤대회에서 3시간 29분대를 목표로 월평균 275km씩 연습한 결과 329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3시간 38분 15초라는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3시간 29분대 달성의 실패라기보다는 2014년 3월 동아마라톤 대회에서의 더 좋은 기록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하고 부족한 부분을 좀 더 보완해서 아마추어 마라토너, 마스터즈의 꿈인 서브 3 달성도 꼭 해보고 싶다. 마라톤 완주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마라톤 완주도 기록 단축도 끊임없이 연습하고 노력해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마라톤만큼 정직한 운동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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